라디오스타

from 감상 2006/10/06 19:09
'라디오스타'는 한 마디로 말해, 볼만한 영화였다. 최근 본 영화 중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처럼 눈물을 자아내기 위해 억지로 급조된 결말을 만들어내지 않았고 스토리 진행이 그럴듯하면서도 괜찮은 영화였다. 왠지 칙칙해보이는 콤비인 박중훈과 안성기는 영화 속에서 왕년 스타와 왕년 스타를 끝까지 보필하는 매니저 역할을 아주 잘 소화해냈다.

자기가 아주 잘 나가는 가수인줄 아는 박중훈(최곤)과 아주 잘 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그 없이는 자신 또한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될 안성기(박민수), 이 콤비는 영화 속의 대사처럼 서로를 비추어 빛을 발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뭔가 모르게 고전적이면서도 칙칙한 이 영화는 영화 중반부 즈음에 초록다방의 '김양'이 라디오 즉석 게스트로 초대되면서부터 변화를 시작한다(이 변화 또한 혹자에 따라선 별다른 감흥없이 다가왔을 수도 있지만). 박중훈이 영월에서 진행하는 '오후의 희망곡'은 그야말로 영월 주민을 위한 신문고이자 개개인의 아픔과 고통을 담아내는 방송이 되고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영화의 재미는 이렇게 자질구레한 일상을 라디오라는 공식 채널을 통해 뿜어내는 부조리함과 그에 따른 웃음 유발, 개인의 고민거리와 슬픔, 아픔을 만인에게 노출시키고픈 분출욕과 그에 따른 공감대 형성의 두 요소로 이루어진 듯하다.

내가 가끔 가슴 따뜻한 책, 영화를 비난하기도 하지만 '라디오스타'는 비난하기에는 너무 엉성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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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의 기술

from 감상 2006/07/3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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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라 민토의 '논리의 기술'은 읽기보다는 이해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던 책이었다.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유를 크게 두 가지 꼽을 수 있는데, 이 이유들은 책을 쉽게 읽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한 변명이기도 하다. 첫번째 이유는 글 중간중간 삽입돼 있는 예시들이 너무 일반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것처럼 예시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 책의 타겟이 컨설턴트나 정부의 TF 구성원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그러한 예시들은 너무 산발적으로 자주 등장하고 있기에 책의 맥락을 따라가는게 힘이 들었다. 두번째 이유는 '글은 하나의 생각을 중심으로 한 피라미드 형태를 구성하고 있어야 한다'는 바바라 민토의 역설에도 불구하고 주장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이유들이 너무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에, 글을 읽다보면 무엇을 말하려는지 잊어버리고 의미없는 예시들 속에서 허덕이게 된다는 점이다. 글의 구성에 있어 완성도는 높을지 모르지만, 독자를 배려한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런 점에서 '카네기 인간관계론'과는 정반대의 기질(?)을 지닌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전자가 context에 의미를 둔다면, 후자는 contents에 의미를 두고 있는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바라 민토의 '논리의 기술'이 논리적 커뮤니케이션의 신화적 바이블로 꼽히고 있는 이유는 피라미드 형태의 글쓰기의 원전이라는 점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약 1000억개의 뉴런이라는 생체세포를 통해 정보처리를 한다. 이 복잡한 네트워크망에서 발산되는 인간의 사고는 정형화되어 있기보다는 불규칙하고 복잡하다. 문제는 이 두서없는 생각을 그대로 글로 옮기다보면 도무지 독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글이 탄생된다는 점이다. 독자들은 모든 글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관심을 갖고 읽지는 않는다. 첫문장만 읽고, 심지어는 글의 제목만 보고 버려질 수도 있다. 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글을 구성할 때 사람들의 생각 패턴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 바바라 민토의 논지이다. 여기에서 '마법의 숫자 7'과 '위에서 아래로 top down'이라는 중요한 원칙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사물 혹은 글을 인식할 때 개개의 단위로 기억을 하지는 않는다. Gestalt Psychology와 Balance Theory, Cognitive Dissonance Theory에서 보듯 인간의 사고 구조는 어느 정도 일정한 군집을 이루며 전체를 구성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가령, 흩어진 점들 속에서도 원이나 삼각형을 발견해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글은 이렇듯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하나의 핵심적 메시지를 중심으로 상위 메시지에 대해 하위 메시지가 보완하는 흐름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글의 도입부는 S(Situation)-C(Complication)-Q(Question)의 구조를 기본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환기시켜야 한다. 또한 이러한 그루핑의 구조는 MECE(Mutually Exclusive and Collectively Exhaustive)라는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도구로 ThinkWise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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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인간관계론

from 감상 2006/07/23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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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 않은 내용이지만, 재미있는 문체는 아니라서 읽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역시 책은 독서실에서 읽어야 정신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오래 본다. 책을 사고 읽기 시작한지 한 달이 넘는 동안 반도 읽지 못하다가 오늘 학교 독서실에 가서 세 시간 반만에 나머지 분량을 다 읽었다.

카네기 인간관계론의 핵심은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사람들이 바라고 원하는 것에 대해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성적인 욕구와 위대해지고 싶은 욕망이라는 두 가지 동기를 말했다. 미국의 철학자 존 듀이는 이것을 약간 다르게 표현했는데, 인간성의 내부에 존재하는 가장 강렬한 갈망은 '중요한 사람이 되려는 욕망'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이것을 단순히 바라는 것도 아니고 '갈망'한다. 따라서 인간관계의 시작은 남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그렇다고 나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지는 않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비난을 당하거나 모욕을 당하면 흔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게 된다. 자기를 변호하려는 사람도 있을테고, 다른 사람을 원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자기 자신을 책망하다가 열등감에 빠질 수도 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의견이 얼마나 합리적인가와는 상관없이 자기에 대한 비난과 비판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링컨은 '남을 심판하지 말라. 그러면 너희도 심판받지 않을 것이다'란 성경의 문구를 인용하며 다른 사람에 대한 비판보다는 칭찬을 사용할 것을 강조했다. 사람들은 그다지 자신에 대한 비판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감정에 따라, 심지어는 편견에 의해 판단하곤 한다.

내가 흔히 범하는 실수 중의 하나는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제안하면서, 이 제안의 우수성과 차별성만을 강조하며 나의 입장만을 설명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잘났고, 똑똑한가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의 이익이고 자존감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제안하려고 할 때나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려고 한다면, 무엇보다도 그 사람의 입장에 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사람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면 어떤 점이 이득이 될까? 그 사람이 이렇게 행동하면 어떤 점이 좋아질까?를 생각하고 그것을 강조한다면 더 설득적이지 않겠는가.

책에 나왔던 몇 가지의 좋은 말들을 적어놓고 두고두고 봐야겠다.

"성공의 유일한 비결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고, 당신의 입장과 아울러 상대방의 입장에서 사물을 바로볼 줄 아는 능력이다" - 헨리 포드

"먼저 다른 사람의 마음에 열렬한 욕구를 불러일으켜라. 이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전 세계를 자기 편으로 만들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외로운 길을 걷는다."

"자기 일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교양 없는 사람이다. 가령 어느 정도 교육을 받았더라도 교양 없는 사람이다" - 니콜라스 머레이 버클러 박사

"사람을 가르칠 때는 가르치지 않는 것처럼 하면서 가르치고, 새로운 사실을 제안할 때는 마치 그 사람이 잊어버렸던 것을 우연히 다시 생각하게 된 것처럼 제안하라." - 알렉산더 포프

"우리는 남을 가르칠 수는 없고 단지 그가 스스로 발견하도록 도와 줄 수 있을 뿐이다." - 갈릴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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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from 감상 2006/07/17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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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주말에 우연히 TV에서 보게된 영화.
야한 영화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야한 장면만을
돌려서 보지 않으니, 줄거리와 대사가 공감이 갔던 괜찮은 영화였다. 7년을 사귄 남자친구가 있고, 곧 결혼을 앞둔 여자가 어느날 묘한 매력을 풍기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충동적으로 사랑을 나눈다. 그 이후 여자와 남자가 겪는 갈등이 남의 얘기라고 생각되지 않고 절절히 와 닿았다(약간은 불륜스러운 영화가 요새 내 가슴에 와 닿는건 내 현실상의 반영일까).

누군가를 얼마나 오랫동안 사귀었느냐는 사실 둘 사이가 얼마나 확고한가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5, 6년을 사귀고도 하루 아침에 싫증을 느껴 돌아설 수 있고, 헤어질 수 있는게 남녀관계라는 말이 있듯이. 영화 속에서, 7년을 사귄 여자의 남자친구가 했던 말처럼 사랑이라는 감정은 길어야 3년이고, 3년이 지난 후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고 느꼈을 때, 사랑과 함께 지옥도 병행해서 따라오는 걸 수도 있다. 구속이라고 해야 할까. 오히려 지겹도록 오래 만난 이성 친구보다는 새롭게 다가온 이성에게 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여자는 기간과 현실을 택했다. 여자는 남자에 대한 추억을 평생동안 아름답게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날 이만큼 사랑한 남자가 있었다는 추억을 세월이 지나서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서라고. 여자가 새로만난 남자를 택했다면 이 영화의 개연성이 떨어졌겠지만, 다행히도 그럴듯한 선택을 했다. 그래서 더 마음 아프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인생이라고. 인생은 선택의 문제이고, 우린 그 선택에서 반드시 기회비용을 남기기 마련이라고.

남자의 별 말 아닌 대사 중, 내 기억 속에 남았던 말은,
...죽도록 사랑했던 여자와 헤어지고 그 기억이 너무 빨리 사라지는게 가슴아파서,
사진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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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 애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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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혼자만의 시간을 누려본 기억이 있는가? 혼자서 여행을 가본 적이 있는가.
스스로 고독한 여행자가 되어보자. 한밤중, 덜컹거리며 달리는 기차에 앉아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불빛을 바라보자. 고독은 생각을 풍성하게 키우고, 그 차원을 높여준다.
많은 생각이 부담스러운가? 생각이 많은 것은 좋은 일이다. 그것을 조용히 음미할 때 우리의 영혼은 성장한다.

우리는 다른 이들과 함께 있을 때 맡은 배역을 충실하게 연기한다. 늘 정해진 각본대로 따라하는 훈련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잃어버리게 한다. 당연히 스스로 솔직하게 대면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긴다.

혼자인 사람은 가장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배역에 익숙해져 있는 터라 이런 자유를 마주하게 되면 오히려 충격에 빠진다. 그래서 상당수의 사람이 '혼자'라는 사실을 참을 수 없어 한다. 혼자는 곧 외로움이요, 공허라고 단정 짓는다.

하지만, 사람은 모두 자신의 길을 당당히 걸어가야 한다.
우리는 이 세상에 올 때 혼자였다. 갈 때도 동반자가 있을 리 없다."

오래간만에 가슴 훈훈해지는 책을 읽은 듯하다. 버스 안에서 책을 읽으며 밀려오는 감동에 닭살이 찌릿찌릿 돋았다. 49가지. 많지 않은 가짓수지만 흔히 잊고 살았던 것들. 하나하나 실천하다 보면 아름다워진 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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