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

from 감상 2006/10/06 19:09
'라디오스타'는 한 마디로 말해, 볼만한 영화였다. 최근 본 영화 중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처럼 눈물을 자아내기 위해 억지로 급조된 결말을 만들어내지 않았고 스토리 진행이 그럴듯하면서도 괜찮은 영화였다. 왠지 칙칙해보이는 콤비인 박중훈과 안성기는 영화 속에서 왕년 스타와 왕년 스타를 끝까지 보필하는 매니저 역할을 아주 잘 소화해냈다.

자기가 아주 잘 나가는 가수인줄 아는 박중훈(최곤)과 아주 잘 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그 없이는 자신 또한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될 안성기(박민수), 이 콤비는 영화 속의 대사처럼 서로를 비추어 빛을 발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뭔가 모르게 고전적이면서도 칙칙한 이 영화는 영화 중반부 즈음에 초록다방의 '김양'이 라디오 즉석 게스트로 초대되면서부터 변화를 시작한다(이 변화 또한 혹자에 따라선 별다른 감흥없이 다가왔을 수도 있지만). 박중훈이 영월에서 진행하는 '오후의 희망곡'은 그야말로 영월 주민을 위한 신문고이자 개개인의 아픔과 고통을 담아내는 방송이 되고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영화의 재미는 이렇게 자질구레한 일상을 라디오라는 공식 채널을 통해 뿜어내는 부조리함과 그에 따른 웃음 유발, 개인의 고민거리와 슬픔, 아픔을 만인에게 노출시키고픈 분출욕과 그에 따른 공감대 형성의 두 요소로 이루어진 듯하다.

내가 가끔 가슴 따뜻한 책, 영화를 비난하기도 하지만 '라디오스타'는 비난하기에는 너무 엉성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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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from 감상 2006/07/17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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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주말에 우연히 TV에서 보게된 영화.
야한 영화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야한 장면만을
돌려서 보지 않으니, 줄거리와 대사가 공감이 갔던 괜찮은 영화였다. 7년을 사귄 남자친구가 있고, 곧 결혼을 앞둔 여자가 어느날 묘한 매력을 풍기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충동적으로 사랑을 나눈다. 그 이후 여자와 남자가 겪는 갈등이 남의 얘기라고 생각되지 않고 절절히 와 닿았다(약간은 불륜스러운 영화가 요새 내 가슴에 와 닿는건 내 현실상의 반영일까).

누군가를 얼마나 오랫동안 사귀었느냐는 사실 둘 사이가 얼마나 확고한가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5, 6년을 사귀고도 하루 아침에 싫증을 느껴 돌아설 수 있고, 헤어질 수 있는게 남녀관계라는 말이 있듯이. 영화 속에서, 7년을 사귄 여자의 남자친구가 했던 말처럼 사랑이라는 감정은 길어야 3년이고, 3년이 지난 후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고 느꼈을 때, 사랑과 함께 지옥도 병행해서 따라오는 걸 수도 있다. 구속이라고 해야 할까. 오히려 지겹도록 오래 만난 이성 친구보다는 새롭게 다가온 이성에게 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여자는 기간과 현실을 택했다. 여자는 남자에 대한 추억을 평생동안 아름답게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날 이만큼 사랑한 남자가 있었다는 추억을 세월이 지나서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서라고. 여자가 새로만난 남자를 택했다면 이 영화의 개연성이 떨어졌겠지만, 다행히도 그럴듯한 선택을 했다. 그래서 더 마음 아프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인생이라고. 인생은 선택의 문제이고, 우린 그 선택에서 반드시 기회비용을 남기기 마련이라고.

남자의 별 말 아닌 대사 중, 내 기억 속에 남았던 말은,
...죽도록 사랑했던 여자와 헤어지고 그 기억이 너무 빨리 사라지는게 가슴아파서,
사진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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